아이를 키우다 보면 ‘왜 이렇게 잠을 안 자지?’라는 고민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하루 종일 뛰어놀았는데도, 밤이 되어도 눈을 반짝이며 잠을 거부하는 아이를 보면
당황스럽고 때로는 속이 타기도 합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원래 잠이 없는 체질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부모는 내 아이만
유난히 힘든 게 아닐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잠을 거부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고, 일상 속 사소한 변화가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억지로 재우려 하기보다는 아이가 잠을 힘들어하는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마음을 다독이는 맞춤형 방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1. 아이가 잠을 거부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아이들이 잠들지 않으려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그냥 졸리면 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자고 싶지 않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루 중 가장 재밌는 시간이 밤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아이는 잠을 자는 시간을 헤어지는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 낮에 겪은 불안이나 흥분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더 놀고 싶은데 왜 자야 하지?’
‘엄마, 아빠랑 조금만 더 있고 싶은데 벌써 자야 해?’
‘낮에 무서웠던 일이 아직도 떠오르는데, 이 상태로 잠들어도 괜찮을까?’
어른에게는 단순한 ‘잠’이지만, 아이에게는 감정의 연장선일 수 있습니다.
잠을 거부하는 이유가 단 하나일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아이의 하루와 마음을 천천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 일상 속에서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부모가 읽어야 한다
잠을 거부하는 아이는 사실 이미 낮부터 부모에게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는 종종 그 신호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낮에 과하게 자극적인 활동을 하거나, 낮잠이 너무 길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고 바쁜 일정에 끌고 다닌 날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부모가 아이의 요구를 반복해서 무시한 날, 아이는 잠을 자기 싫어하는 행동으로 작은 저항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말을 통해서만 마음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작은 행동, 반복되는 습관, 눈빛, 말끝의 망설임이 모두 아이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보다 장난을 많이 친다거나, 잠자기 전에 유난히 ‘물 주세요’, ‘화장실 갈래요’ 같은 요구를 반복한다면
이건 부모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는 아이만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는 ‘왜 이렇게 버티니?’라고 다그치기보다는
‘오늘 하루 어땠는지’에 대해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긴장을 풀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수면 거부는 단순한 행동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그 신호를 알아채고 부드럽게 다가가는 것이,
어쩌면 아이의 수면 습관을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3. 아이에게 잠은 안정감에서 시작된다
잠이라는 것은 결국 ‘내가 이 공간에서 편안하고,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때 찾아옵니다.
어른도 긴장된 상태에서는 쉽게 잠들지 못하듯, 아이 역시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부모가 ‘빨리 자’라고 다그치는 순간, 아이는 그 말보다 부모의 불안한 톤과 표정을 먼저 느낍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잠드는 시간 자체를 불편한 시간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아이의 수면을 돕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 익숙한 분위기, 그리고 부모의 따뜻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도록 유도하고, 침실 조명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이제 자야 하는 시간’이라는 신호를 스스로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잠자기 전에 짧은 대화를 나누거나, 조용한 동화책을 함께 읽는 것도 좋습니다.
이 시간이 즐겁고 편안하다고 느낄수록 아이는 잠을 거부하지 않게 됩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말 한마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가 진심으로 ‘이 시간만큼은 아이와 함께 있어 줄게’라는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이 편안해질 때, 자연스럽게 수면 리듬도 안정되기 시작합니다.
부모가 조급함을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를 재우는 시간이 힘들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부모가 ‘빨리 재워야 한다’는 조급함을 갖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머릿속에는 재워야 할 시간, 끝내야 할 일, 부모의 저녁 시간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부모가 조급해질수록 아이는 더 잠들지 않으려 하고, 수면 시간은 점점 길어지기만 합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의 마음을 가볍게 비우는 것입니다.
‘오늘은 조금 늦어도 괜찮다’, ‘아이에게 충분히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순간,
아이는 부모의 여유를 본능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수면 훈육을 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지금 이 시간’이 싸움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잠을 자는 시간이 ‘억지로 따르는 규칙’이 아니라 ‘편안하고 기분 좋은 마무리’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부모가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가 다그치기보다는 기다려 줄 때 비로소 마음이 열리고, 잠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게 됩니다.
부모가 너무 완벽한 수면 루틴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아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이 부모 자신에게도
휴식의 시간이 되도록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수면 거부는 성장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입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더 놀고 싶다’, ‘엄마 아빠와 있고 싶다’, ‘아직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여러 감정이 얽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고, 천천히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가는 일입니다.
하루 일과를 돌아보고, 아이가 진짜 바라는 게 무엇인지 귀 기울여 주는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아이의 잠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을 강요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부모의 태도 안에서, 아이는 스스로 잠들 준비를 하게 됩니다.
아이의 수면 습관은 시간과 마음이 함께 쌓여야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